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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감정이 시작된 원인은 외로움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나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것같은 생각이 나를 힘들게 했다.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께도 시험관을 다시 할 거라고 말씀을 드렸고 특히 시어머님께서는 이런저런 걱정을 해주셨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험관 진행과정을 궁금해하셔서 대략 어떤 타임라인으로 진행이 될 것이라는 걸 말씀드렸지만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하시는 괜찮냐는 질문조차도 부담이 됐다. 그런 물음에 답을 할 때마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남편이 옆에 있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마찬자기였다. 사실 시험관 과정에서 남편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을뿐더러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도 다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마음을 나쁘게 먹어서 다 미워 보였던 건지, 지나고 생각해 보면 남편도 나름 노력을 해주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남편이 하는 모든 일이 이상하게도 이기적이게 보일 때였다.
미국에서 시험관을 진행하다보면 시험관 과정 자체보다 보험사 및 병원과의 커뮤니케이션, 약 주문을 위한 약국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도 한다. 때로는 의사가 내게 설명해 준 프로토콜과 관계없는 약을 간호사가 주문하기도 하고, 약의 수량을 충분히 주문하지 않아 추가적인 주문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간호사가 주문해준 바늘의 크기가 나의 몸과는 맞지 않아 고생을 하기도 하고, 이를 바꾸는 과정도 스트레스가 된다. 또 간호사가 내 보험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보험 조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주문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두 개의 보험을 가지고 있는데 한 보험은 시험관 약이 총 3번의 싸이클로 약의 개수에는 제한이 없고, 다른 한 보험은 사이클에 상관없이 1만 불까지만 커버가 된다. 때문에 약의 가격이나 상황에 맞게 주문이 필요하지만, 여러 환자들을 맡고 있는 간호사 입장에서 세세한 것까지 고려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모든 것을 하나하나 챙겨야 하는 것도 나의 몫이 된다.
당연히 아침저녁으로는 주사를 맞아야 하고, 일정 기간마다 한번씩 병원에도 가야 한다.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에도 병원 때문에 휴가를 써야 할 때가 많고, 병원을 가는 일정도 내 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휴가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모든 과정을 일을 하는 직장인이 혼자 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우울증이 안올래야 안 올 수 없는 일정이다. 여기에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더해지기라도 하면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 지기 일쑤다. 이쯤 되면 일하려고 책상 앞에만 앉아도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남편이 가만히 앉아 밥을 먹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만 봐도 화가 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더 나가 남편이 조금이라도 섭섭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날에는.. 그 뒤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평소에도 눈물이 많은 편이지만 사실 평소의 나의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라기보다 크고작은 감정의 해소정도가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시험관을 시작하게 되면 가슴속에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슬픔과 우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만히 있다가도 주르륵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내가 참아낼 재간이 없다. 이것이 난임 우울증이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몰라 이렇게 글이라도 쓰게 된다.
아직도 나는 5일 배양에 살아남아준 1개의 배아의 PGT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시험관 내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보던 맘카페도 되도록이면 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많은 예비 산모들께서 나눠주시는 이야기가 정말 큰 힘이 되지만 지금은 내가 시험관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잠시나마 잊어버리고 싶은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직 두 차수밖에 하지 않았고,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얼마나 긴 시간을 이렇게 보내야 할까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겨내야지.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런 마음조차 먹는 것도 힘이 드는 시간이다. 힘내지 않고 그냥 이 시간을 잘 견뎌내보려고 한다.
(이전 에피소드는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
https://newyork25.tistory.com/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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