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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는 여기 링크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newyork25.tistory.com/12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는 나는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거나 우울해지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노력의 문제라고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시험관 과정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시간 맞춰서 주사 맞는 일이 뭐가 그렇게 어려울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나의 처음 시험관은 2022년 12월 한국에서였다. 친정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하는 거라 큰 부담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국 직장이 재택근무 형태였기 때문에 몇 주간 한국에서 일을 하는 것은 회사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처럼 상사에게 쉽게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미국 시간에 맞춰 일하는 것이었다. 일은 한국 시간으로 낮에 해 놓으면 될 일이었지만, 회의들이 미국 동부시간 기준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새벽 2-5시 사이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 시도했던 시험관이었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르고 있을 때였다. 잠을 너무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평소보다 한 시간이라도 덜 잔 날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한국에서 미국 시간에 맞춰 일하며 시험관을 진행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첫 시험관은 실패로 끝이 났다. 많은 시험관 실패가 그렇듯이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미국으로 돌아와 피검사를 했지만 착상조차 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 전화로 피검사 결과를 들은 날은 잠깐 눈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금방 괜찮아졌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던 그 짧은 순간, '노력으로 안되는 일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정말 가고 싶었던 남미 여행도 다녀오고 일도 열심히 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2024년 1월, 다시 시험관 절차를 시작했다. 내 생애 두 번째 시험관이었다. 

 

두 번째 시험과는 첫 번째와는 조금 달랐다. 우선 시험관 프로토콜이 달라졌다. 첫 번째는 단기, 두 번째는 장기 프로토콜이었다. 의사가 '장기 루프론 프로토콜'에 대해 설명해 줬을 때는 사실 어떤 과정인지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가며 장기 프로토콜이 첫 시험관에서 했던 단기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두 프로토콜에 장단점이 있지만 장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난자가 비슷한 크기로 골고루 자라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하니 첫 시험관보다 조금은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도 해보았다. '장기'라는 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시험관 진행 기간이 이전보다 길어졌다. 약 2-3주 정도 더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과배란을 시작하기 전까지 피임약과 루프론 주사를 더 하는 것이었는데 딱히 약을 먹는 것이 힘들지도, 주사가 아프지도 않았다. 하지만 약과 주사 시간을 신경 쓰다 보니 사람들을 만날 때나 그 외에 다른 외부 일정을 갈 때마다 약을 챙기거나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야 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도 2-3주를 하다 보니 조금씩 지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조금씩 버겁다는 느낌이 들 때부터 과배란 과정이 시작됐고, 과배란을 시작한 지 며칠 뒤부터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일들도 드문드문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슬픈 감정들은 왜 생긴까...

 

다음 이야기는 여기 링크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newyork25.tistory.com/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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