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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서 시험관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미국 난임 병원의 다른점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당연히 같은 시술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과정들은 비슷한 점들이 많았지만 직접 시술을 받는 입장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들도 중요한 경우가 많기에 기록을 해보고자 한다. 이 기록은 전적으로 나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므로 일반화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1) 약의 종류
시험관을 진행하면 하나하나 기억하기도 힘든 약들이 많이 있다. 한국 난임병원에서 활발하게 사용하는 약들이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떤 약이 더 좋고, 어떤 약이 더 나쁘다기보다 사용하는 약의 브랜드가 다르다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는 과배란 약으로 고날에프를 사용했었는데 미국에서는 폴리스팀(Follistim)으로 진행을 했다. 한국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이름인 것 같은데 찾아보니 한국에서 사용되는 이름은 퓨레곤이었다. 즉, 폴리스팀과 퓨레곤은 같은 과배란 약이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는 이식 전 프로게스테론으로 크리논겔을 사용했었는데 이번 이식에서는 크리논겔을 사용하지 않았다. 간호사 말로는 크리논겔이 더 이상 제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때문에 다른 대체되는 약을 사용했는데 나 같은 경우 한국에서는 콩 주사라고 풀리는 프로게스테론 오일 주사와 에스트라디올, 프로게스테론 캡슐을 사용했다. 한국에서는 에스트로겐 수치 조절을 위해 프로기노바를 복용했었는데 미국에서는 프로기노바는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서 시험관을 하고 며칠 되지 않아 출국해서 약이 조금 남았었는데 미국에서는 쓸 일이 없었다.
(2) 프로토콜 및 병원과의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의 경우 한국에서도 병원마다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는 한국에서 조금 큰 병원을 다녀서 그런지 프로토콜이 정형화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포크기와 채취 개수 조절을 위해 과배란 날짜를 조금 더 조정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반면 미국에서는 반대로 대형 병원이 아니라 작은 병원을 다녔기 때문인지 조금 더 환자 상황에 맞는 프로토콜을 제시해 주고, 과배란 약도 난포 갯수나 크기 등 진행 상황에 따라 조정이 이루어지고 난자 채취 날짜도 내 몸에 맞춰 변경을 해주시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좀 더 작은 병원에 다녔다면 좀 더 나의 몸에 맞게 과정이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난자 채취를 하는 날에는 마취전문 의사가 따로 와서 마취를 담당해 주었고 비용도 시험관 시술비용과는 별도로 그쪽에서 보험을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병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래도 한국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은 병원을 정하고 갈 때부터 예약을 하더라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시술을 시작하고 나서도 특히 시험관이 처음이라면 궁금한 것도 많고 명확하게 해야할 것들도 많아서 병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난임병원은 환자들과의 소통이 다른 병원보다는 빠른 편이지만 병원에 따라 또 시스템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후기나 경험담을 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다닌 병원은 좀 큰 병원이라 오히려 간호사나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쉽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다닌 병원은 메일로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응답도 빠른 편이었다.
(3) 보험과 시험관 비용
가장 큰 문제이자 다른점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정말 의료 강국이다. 의료보험 체계도 너무나도 잘 되어 있고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해 비용도 상당히 저렴하다. 미국에서 살다보면 한국의 의료보험과 의료서비스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한국은 요즘 시험관이나 인공수정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데다 의료보험도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보다 훨씬 합리적인 수준에서 시험관 시술을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일단 보험이 없다면 시험관을 한 번 도전하는 데 몇 만불의 돈이 든다. 따라서 시험관 시술을 커버해주는 보험을 찾아야 하며 보험에 따라 시험관 커버 횟수나 커버 비용에 제한을 잘 확인해야 한다.
나의 경우 내가 가진 프라이머리 보험에서 약 값을 3번의 사이클까지 커버를 해주고, 남편 회사를 통해 가입한 세컨더리 보험에서는 시험관 1만5천불과 약 값 1만불을 커버해 준다. 사실 세컨더리 보험에서 적용해주는 약 값 1만불은 생각보다 혜택이 그리 크지 않다. 시험관 약이 워낙 비싼 데다 보험을 통해 약을 구입하면 캐쉬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책정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캐쉬로 700불정도 되는 약값의 경우 보험을 통해 구입하면 2천불이 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약 값 커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 경우 시험관 시술을 보험을 통해 하고 약은 따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시험관 커버하는 보험을 찾는 일과 시험관 과정에서 계속해서 보험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을 피하고 싶다면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시험관을 하는 게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미국에서 시험관을 커버하는 보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디덕터블(보험이 비용을 지불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내야 하는 일정 비용)과 코페이(보험과 내가 비율에 따라 내는 비용)가 있기 때문에 내가 내야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보험과 비용적인 측면만 생각한다면 무조건 한국이 미국보다는 낫다.
(4) 그 외의 문제들
미국이든 한국이든 남편이 옆에 있는 곳이 좋다. 비용 부담 때문에 다시 한국에 가서 시험관을 할까 고민도 했었지만 시험관 진행 과정을 혼자서 감당해내는 것은 정말 쉽지가 않기에 미국에서 진행을 하기로 했다. 한국에 가서 시차 적응하는 것도 문제고, 직장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을 한국에 머무는 것도 쉽지 않다. 모든 조건이 맞아서 한국에서 진행하더라도 막상 임신을 하고 나서 미국에 돌아오는 과정도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시험관이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너무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서포트를 해줄 수 있는 사람 곁에서 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나 싶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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