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동결이식 모니터링 두 번째(May 6, 2024)

2024년 5월 6일 월요일. 동결이식(Frozen Embryo Transfer)을 위한 두 번째 모니터링 날이다. 지난주 금요일(5월 3일) 동결 이식을 위한 첫 번째 모니터링을 했다. 에스트로겐 약을 하루에 3번 한 알씩 먹고 있었는데 금요일 오후부터 2개씩 먹으라는 연락을 병원으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 모니터링을 했다. 자궁내막 두께가 9.1mm로 알맞은 두께라고 말씀해 주셨다. 오늘 오후에는 다시 약에 대한 인스트럭션이 이메일로 올 것이다. 의사는 이번주 목요일 아침부터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시작하고 5일 이후인 다음 주 화요일(5월 14일)에 이식을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회사에는 병가를 내면 되기 때문에 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드디어 길고 긴 여정의 끝이 보이려고 한다. 

시험관 과정에 대하여 

아직 시험관 여정이 모두 끝나지 않았지만 몇 가지 느낀 점들을 조금 남겨두고 싶다. 시험관 과정은 정말 장기전이다. 지난 1월 한국에서 돌아와 바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시작하고, 가장 빠른 일정으로 시험관을 진행했는데 벌써 5월이 되었다.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 진행하는 시험과는 한국에서는 병원에서 케어해주는 많은 것들을 챙겨야 한다. 보험과 주사, 약 등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아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호르몬 약을 시작하면 감정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우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이 기간을 힘들지 않게 잘 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들을 지나 이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지만 결과는 알 수가 없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결과에 대해서도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기대가 더 큰 실망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되더라도 감사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해 본다. 
 
또 한편으로는 나는 과연 자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 하고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 된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집중해서 살아오던 나였다. 그래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크지 않았고,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던 나였다. 일에 집중하고, 커리어에 집중하며 살아왔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자녀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을까. 
 
자녀도 마찬가지고 직업, 직장, 대학, 배우자, 직장 안에서의 성공 등 많은 인생의 관문 앞에서는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바라게 된다. 예전에는 무엇인가를 바라는 그 자체가 이루어지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집중을 하게 된다. 어떤 것을 간절하게 바라다가도 막상 무엇인가를 이루게 되면 그 뒤에 약간의 허무한 감정도 따른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이루는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성취는 한순간이지만 그것을 이뤄가기 위한 과정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과 감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녀는 낳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자녀를 갖게 되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를 갖게 되면 그 순간부터 또 다른 기다림이 시작되고, 키우면서도 또 다른 많은 경험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시간들을 지혜롭게 보내기 위해, 또 그 과정들을 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만약 이번이 아기가 우리에게 찾아오는 시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 또한 덤덤히 아니, 오히려 더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기를 바란다. 
 
요즘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다. 결혼 하기 전에 후회 없이 커리어를 위해 살아보고 매달려 봤기 때문에 큰 아쉬움이 없다.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또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오히려 요즘 내게 닥친 문제라면 정말 생뚱맞게 꽃가루 알레르기다. 보통 미국에서 몇 년을 살게 되면 미국 꽃가루 알레르기가 생긴다고 들 하는데 나는 좀 세게 온 것 같다. 코가 막혀서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어젯밤에도 3-4번은 깨어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간 것 같다.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 의사에게 알레르기 약을 먹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다고 한다. 오늘 밤에도 심하면 알레르기 약을 좀 먹고 자야겠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